퀄컴 사내에서는 ABQ(Anything but Qualcomm)이라는 단어를 자주 들을 수 있다. 이것은 '퀄컴의 기술이 아니라면 어떤 기술이라도 좋다'라는 의미다. 이는 '어떻게든 퀄컴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하는 이동통신업계의 간절한 희망을 퀄컴 자신이 누구보다 가장 잘 알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재 4G와 관련하여 일어나고 있는 표준화 경쟁을 이러한 '反 퀄컴' 정서를 그 밑바탕에 두고있다.
사실 퀄컴에 지불하는 라이센스료에 대한 불만이라고 하면 한국을 따를 나라가 없을 것이다. 퀄컴의 CDMA 원천기술을 도입하여 가장 먼저 상용 시스템을 개발한 것은 한국이다. 1989년부터 1995년까지 관민 공동으로 이루어진 CDMA 상용화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뒤 1996년, 2세대 이동통신 시스템으로 CDMA를 도입했던 것이다. 이로써 한국은 세계에서 최초로 CDMA를 2세대 이동통신으로 도입하게 되었다.
이렇듯 2세대 이동통신에서 CDMA 상용화 프로젝트의 성공은 한국을 이동통신 불모지에서 세계 제일의 CDMA 기술국으로 격상시켰다. 그 결과 현재 한때 CDMA 기계의 50%을 한국업체가 생산하기도 했따.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러한 이유로 한국 기업들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로열티를 퀄컴에 지불하고 있다. 95년부터 2005년까지 10년간 한국이 퀄컴에 지불한 로열티는 3조원이 넘는다고 한다.
이러한 한국에 대해 퀄컴은 로열티에 대한 최혜국 대우를 약속했으나 중국에는 보다 저렴한 로열티 비율을 적용하고 있음이 밝혀지면서 퀄컴에 대한 한국 정부와 기업의 감정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더우기 CDMA 핵심 칩을 전량 퀄컴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퀄컴의 칩 공급 로드맵에 따라 통신사업자는 사업전략을 수정해야 하는 일도 생기고 있다. 퀄컴이 EV-DV칩을 생산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LG텔레콤이 2GHz대에서 EV-DV 네트워크 구축을 포기해야 햇던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결과적으로는 더 잘된 일이지만 말이다.
이러한 상황이도 보니 한국은 그 어느나라보다 절실히 4G에서만큼은 퀄컴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리고 그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 바로 와이브로다. 한국이 와이브로를 도입하게 된 배경에는 이전 CDMA 기술 상용화 경험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CDMA 성공신화를 주도했던 정보통신부와 기업들(특히 장비 메이커)은 다시 한번 이러한 성공신화를 만들어 내기 원했고, 와이브로는 그 기회를 제공했다. 단, 제2의 퀄컴을 만들어 내지 않기 위해서라고 그 기술은 국내기업이 원천기술을 가진것이라야 했다.
와이브로에 강한 관심을 보인 것은 유선사업자인 KT와 하나로텔레콤이었다. 그 이유는 휴대인터넷의 컨셉이 이동통신사업자의 3G서비스와 별반 다를바가 없었기 때문이다. 휴대인터넷 사업권을 놓고 KT와 하나로텔레콤, SK텔레콤, 그리고 LG그룹 통신3사(데이콤, 파워콤, LG텔레콤)가 경합을 벌이게 된다.
2004년 9월, 정보통신부는 와이브로 사업권 수를 3개로 결정한다. 당시 관계자들에게 있어 사업권이 몇개 부여되는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였다. 왜냐하면 사업권이 2개 부여될 경우, 모두 유선통신사업자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큰 반면, 사업권이 3개 부여된다면 이동통신사업자인 SK텔레콤도 와이브로 사업권을 획득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당시 KT는 사업권을 2개만 부여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는데, 그 이유는 SK텔레콤의 와이브로 사업 진출을 막기 위해서였다. 당시 KT가 노린 것은 와이브로 서비스로 SK텔레콤의 3G서비스와 경쟁하는 것이었는데, 만일 SK텔레콤도 와이브로 사업권을 얻게 된다면 와이브로 사업의 의미가 상당부분 퇴색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치열하던 와이브로 사업권 경쟁은 그러나 막상 사업권을 부여하는 시기가 되자 싱겁게 결론이 났다. 정통부가 와이브로 사업권을 3개로 결정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LG그룹 3사가 돌연 와이브로 사업권을 단념했던 것이다. 결국 남은 3사가 사업권을 받게 되었는데, 그마저도 하나로 텔레콤은 몇 개월 지나지 않아 사업권을 반납해 버렸다. 처음부터 와이브로 네트워크 구축에는 그다지 뜻이 없던 SK텔레콤은 와이브로 사업권을 받고 주파수 사용료는 지불했지만 네트워크 구축은 계속해서 미루었다. 결국 KT만이 2007년 2월 수도권 지역에서 와이브로 사용서비스를 개시했다.
그 경위야 어찌됐든 간에 KT라는 한국 최대의 통신회사가 2.3GHz대의 노른자위 주파수를 획득하여 와이맥스 기반의 고속 무선 브로드밴드 서비스를 상요화했다는 사실은 세계 통신업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