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우리 집은 항상 통화중이었다. 그것 때문에 열 받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었다. 참다못해 집으로 달려온 아버지의 호통이 몰아쳐야 간신히 '통화 중'이 해제됐다. 내가 PC 통신에 빠진 탓이었따. '띠띠띠띠띠띠, 뚜루루, 삐이이익, 삑, 삐이이익' 이 같은 전자음만 들어도 가슴 떨리던 시절이었다. 데이콤에서 운영하던 천리안으로 시작된 나의 첫 PC 통신 입문이 디지털 소통 인생의 시작이었다.

 중학교에 진학하면서부터 나우누리를 시작했다. 그 속에서는 많은 일이 이루어졌다. 동아리방 공책은 게시판으로 대체되고 채팅을 새로운 만남의 장이 됐다. 사람들은 자기 방에 앉아서 토론을 벌이기 시작했따. 디스켓을 통하지 않고도 공개 자료실에서 바로 프로그램을 받을 수 있었다. 영화 <접속>과 같은 새로운 판타지가 생겼다. 얼굴도 모르는 여인과의 만남이 이루어지고, 얼굴을 보겠다고 덤볐다가 낭패를 보기도 했다. 나우누리는 패션 시장에도 영향을 끼쳤다. 나우누리의 '패션 게시판'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강남 스트리트 패션의 메카였다. 최신 트랜드는 물론, 유명 매장의 재고 상황까지 공유했다. 패션장터를 통해 수많은 중고 물품이 거래됐다. 이는 단편적인 예다. 다양한 온라인 커뮤니티가 오프라인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이다.

 20세기 후반부터 서서히 자리잡기 시작한 인터넷은 온라인의 영역을  폭발적으로 확장했다. PC통신은 저물고 웹 사이트가 게시판을, 네오위즈의 '세이클럽'이 채팅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전화번호와 함께 '한메일' 혹은 '핫메일' 주소를 주고받았다. 이 시기에 급부상한 것이 바로 프리챌이다. 프리챌은 1인 미디어의 시대를 열었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앨범과 일기장이 등장했도, 커뮤니티마다 자신의 얘기를 털어놓기 바빴다. 프리챌은 다음 카페와 함께 온라인 커뮤니티를 장악했다. 자신의 공간에만 공을 들이면 그만이었고, 열심히 다른 곳을 열람하면 끝이었다. 이는 집단에서 개인으로 중심이 이동한, 소통 패러다임의 변화였다.

 그 아성이 무너진 것은 프리챌이 유료화를 선언하면서부터다. 이를 계기로 수많은 사람들이 프리챌을 떠났다. 그들에게 새 보금자리를 제공한 것은 싸이월드였다. 아기자기한 레이아웃과 간편한 인터페이스는 온라인의 '온'자도 모르는 여성들까지 미니홈피에 빠뜨렸다. 싸이월드의 성공은 폭발에 가까웠다. 그 폭발은 지금까지도 전 국민을 '싸이하게' 만들고 있다. 싸이월드의 대중화는 오히려 반대급부적인 디지털 소통의 다양성을 추구하게 했따. 싸이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좀 더 자유도가 보장된 블로그를 선택했다. 블로그는 RSS라는 시스템을 통해 다양한 블로그의 게시물을 한 자리에서 구독할 수도 있었다. 디지털 소통을 블로그를 통해 미디어의 형태와 더욱 가까워졌다.

 최근에 들어 전 세계적으로 소통을 이끄는 것은 마이크로블로그라고 부르는 트위터다. 트위터는 이미 미디어를 앞질렀다. 중국 우루무치에서 발생한 위구르 유혈사태 소식을 가장 빨리 알린 것은 어떤 미디어도 아닌 트위터였다. 미국 유학생이 자신의 트위터에 시위 소식을 기록했고, 반나절이 지난 다음에야 각종 외신을 통해 전파됐다. 이란 부정선거 규탄 시위에서도 트위터는 빛을 발했다. 트위터는 신속한 내부적 결속과 세계로의 소통 도구로 활용됐다. 이용자간의 친목 도모에 그치던 웹 사이트가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미디어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SK Comms의 한 관계자는 이미 마이크로 블로깅은 싸이월드와 네이크온을 통해 이루어져왔다고 말한다. 미니홈피의 메인 소개 글과 네이트온 대화명을 통해 자신의 메시지를 실시간으로 알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네이트온의 '미니클럽 프리톡' 기능은 한 줄의 글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여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을 이룰 수 있다. 새로운 인맥을 형성할 필요 없이, 기존 싸이월드와 네이트온의 인맥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큰 강점이다. 싸이월드에 힘입어 성공한 네이트온을 보면 그 가능성에 꽤 신뢰가 간다.

 사실 세계적인 관점의 '소통의 변천사'는 앞서 기술한 내용과는 상이할지도 모른다. 트위터의 성공은 아직 우리에게 현실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약 2년 뒤에는 과연 소통의 패권을 누가 쥐고 있을까? 혹자는 구글 웨이브가 이른 시일 내 트위터, 페이스북을 제치고 소셜네트워킹의 선두자리에 오를 것이라고도 말한다. 어쨌든 분명한 것은 디지털 소통의 프로세스는 점점 더 단순해지고 빨라지고 있고, 이는 곧 인간의 소통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천리안과 트위터의 간극이 바로 그 증거다. 그 속도를 계속 따라가지 못하면 어떤 매개체도 성공할 수 없다. 이는 우리 모두의 문제일 것이다.




 2개월 만에 다시 인터넷을 하게 되었습니다. 부대 인터넷 PC에 문제가 있었거든요. 하지만 덕분에 라우터와 모뎀, 게이트웨이에 대해 많은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한달 가량 독학으로 네트워크 디바이스와 씨름한 끝에 결국 원위치 시켰어요. ㅡㅡV

 매우 신선한 경험이었으며, 앞으로의 활동에 큰 도움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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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혁명에서 블로그도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소위 모바일 블로깅(이하 모블로깅) 에서는 SMS로 기존의 텍스트 위주의 블로그를 업데이트하거나 휴대전화를 이용하여 사진, 비디오, 오디오 블로그를 만드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힙탑네이션'이라고도 불리는 모블로깅의 인기는 실로 우표크기만한 영상물들의 절충적인 편집(그리고 이에 첨부된 코멘트들)을 가능하게 했다. 이는 생활속의 잃어버린 순간들, 의식의 자유로운 흐름 속에서 언뜻 느껴지는 잊혀진 순간을 포착하고 있다. 그리고 어떤 경우는 그렇게 담지 않았더라면 결코 필름이나 디스켓에도 기록해 두지 못했을 사진을 실었다.

 사람들은 모블로깅을 하면 할수록 누구나 그에 대한 안목을 한층 더 개발할 수 있고 감각을 터득할 수 있다. 나의 경우에도 어떤 행사에 참여하거나 그저 거리를 거닐때도 사물들을 눈여겨 본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쳐다 보지도 않을 것 같은 사물들에서 흥미로운 세세한 것을 끄집어 낸다. '저건 멋진 사진이 되겠는데.' 혹은 '저건 재미있겠다. 블로그에 올려야 겠어.' 등의 일반적인 블로거들의 편집증세가 나타난다.

 하지만 모블로깅은 기존의 블로깅과 달리 아주 순간적이고 소소한 현상들을 기록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차이를 지닌다. 전통적인 블로거들은 주어진 주제를 바탕으로 선과 악에 관한 의견을 상술하는 반면 모블로그는 식당, 바에서부터 해변, 뒷마당 심지어는 도시 전체에까지 모든 것에 주석을 달아 자신의 경험을 생활 속의 흥미로운 순간들과 연관시킨다. 다만 사람들의 삶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실제로 일상의 대부분이 이동을 통해 이루어지는 사람들 혹은 쇼핑을 즐기는 여성들이나 스포츠를 즐기는 남성들의 경우 온라인에 글을 올리기 위해서라면 30분조차 시간을 내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사진을 늘 찍는다. 그리고 그것들을 함께 나누기를 원한다. 행복해 보이기도 하고 진지해 보이기도 하고 술에 취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또는 무엇이든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제한이 없는 이러한 방식이 바로 그들에게 가장 쉬운 방식이 될 것이다.
 
 텍스트 큐브에서도 이러한 요구사항을 받아들여 텍스트 큐브 1.7에는 iPod Touch / iPhone 인터페이스를 추가했다.

 그 외에 상용화된 모블로그는 다음과 같은 서비스들이 있다.

▲싸이월드(www.cyworld.com): 모블로그를 한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서비스. 웹에서 이용하던 미디어 전체를 휴대폰상에서도 똑같이 활용할 수 있으며, 방명록, 게시판, 폰사진폴더 등 유선상의 거의 모든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무선상에서 남긴 글은 웹상의 미니홈피에도 동시에 실시간 등록되며 ‘파도타기’ 기능도 지원, 휴대폰을 통해 다른 미니홈피 방문도 가능하다. 또 카메라폰으로 찍은 사진을 ‘*4200’에 걸어 보내면 싸이월드의 ‘미니홈피’로 바로 전송된다.

모바일 싸이월드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휴대폰 상에서 SK텔레콤의 무선인터넷 네이트에 접속한 뒤 ‘메일/채팅/메시징’에 들어가 경로대로 내려받기하면 된다. 초기 1회 로그인 하면 이후에는 별도 인증절차 없이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매직엔블로그(www.magicn.com): KTF이용자들을 위한 블로그 서비스. 유선과 무선에서 동시에 이용할 수 있으며 블로그에 올린 사진이나 글을 유선과 무선 매직엔 연동을 통해 동시에 확인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 카메라폰으로 촬영한 이미지를 전송하면 바로 자신의 블로그에 저장된다. 휴대폰으로 자신의 블로그에 접속할 때는 휴대폰 번호와 ‘n’ 버튼을 누르면 되고 자신의 블로그 초청장을 단문메시지(SMS)로 보낼 수도 있다.

유선 매직엔에 접속한 뒤 ‘커뮤니티’ ‘매직 엔 블로그’ 순으로 클릭하거나 휴대폰에서 자신의 휴대폰 번호와 ‘N’ 버튼을 누르면 사용할 수 있다.

▲엠블로그(www.mblog.net): LG텔레콤 가입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모블로그 서비스. 장문 메시지와 함께 카메라폰으로 촬영한 사진을 ‘019-700-6109’로 보내면 자신의 블로그 사이트에 자동으로 사진과 글이 게재된다. 무선인터넷 이지아이를 통해 블로그를 검색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엠블로그 홈페이지에 접속하거나 휴대폰으로 이지아이에 접속한 뒤 ‘채팅/미팅/운세/연예→테마팅 블로그→엠블로그넷’ 순으로 접속하면 된다.

▲세이클럽(www.sayclub.com):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을 친구들의 홈피에도 전송할 수 있는 것이 특징. 이동통신 3사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이 서비스는 휴대폰에서 전용번호만 누르면 되는 간단한 방식이다. 자신의 홈피에 사진을 전송할 때는 ‘#3232’만 찍어 보내면 바로 전송되고 다른 사람의 홈피에 올릴때는 ‘#3232+해당 홈피 고유번호’를 누르면 된다.

▲엠파스(www.empas.com): 카메라폰으로 찍은 디지털 사진을 자신의 온라인 블로그에 곧바로 전송할 수 있는 서비스. 네이트, 매직엔, 이지아이 등 이동통신 3사 사이트에서 서비스 인증을 받고 모바일 포토메일 메뉴를 이용해서 ‘id@blog.empas. com’으로 사진을 보내는 방식이다.

 모블로그는 특히 자기 표현에 대한 욕구와 ‘끼리’ 문화에 대한 요구를 충실히 만족시킬 수 있는 서비스로 발전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모바일 SNS의 강점을 살린 서비스들이 한국에서 더 많이 상용화될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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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용자는 흥미있는 동호회에 가입해서 새로운 정보를 입수하거나 알고 싶은 정보를 질문할 수도 있다. 물론 마땅한 동호회가 없으면 자신이 만들수도 있다. SNS는 친구나 지인의 연결고리로 참여하는 것이기에 지엽적인 이슈가 주목받을수도 있다. 실리적인 편리함도 있다. SNS는 애당초 사용자 중심으로 구축된 아키텍처라는 편리성을 제공했다. SNS에 가입하면 자동적으로 자신의 페이지를 가질 수 있으며, 동호회나 뉴스 등의 정보를 개인용으로 설정할 수 있다. 세분화, 다양화된 정보 중에서 원하는 정보만을 추가하면 된다. 보다 자신에게 적합한 자기 중심의 미디어(니콜라는 네크로폰테는 이를 'Daily Me'라고 불렀다.)가 탄생하는 셈이다. 개인화된 페이지를 사이트 전체에 적용한 것이 SNS이며, 이는 폭 넓은 인기를 얻게 해준 기폭제가 되었다.

 다만 SNS처럼 개인화가 진행된 사이트에는 커다란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전혀 모르는 사람끼리의 만남 - 우연성에 의한 정보, 사람의 발견이 큰 폭으로 줄어든다는 점이다. 제임스 마커스는 추천기능이라는 개인화가 도입되는 것에대해 이렇게 언급하고 있다.

 개인화는 양날의 칼이다. 개인화에 의해 고객이 원하는 것, 혹은 고객이 원하는 것이라고 우리가 생각하는 것을 제공할 수는 있다. 하지만 자발성은 배제된다. 예기치 못한 새로운 발견이 사라지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개인화 프로그램에 따라 관심있는 것만 자동적으로 선택되는 경우, 자신의 취향과는 다른 다양한 상품들을 접할 기회가 사라지게 된다. 데이터 베이스에는 무수한 정보가 담겨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SNS 속의 작은 세상은 기본적으로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끼리 친목을 다지는 장으로 이용된다. 이는 사회심리학에서 '동류지향'이라 불리는 것으로, 이른바 '끼리끼리 어울리는' 현상이라 볼 수 있다. SNS 네트워크에서는 누구다 균등하게 연결되어 있는것이 아니라 사이좋은 친구들만 선택된다. 다시말해 랜덤네트워크가 아니라 허브와 스포크를 중심으로 한 척도없는 네트워크가 형성된다. 이는 사이버 공간에서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인터넷상의 SNS는 오프라인보다도 명확한 구분이 만들어진다. 오프라인에서는 학교든 회사든 거래처든 혹은 친척이든 간에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안 만날 수는 없다. 애당초 구조적으로 타인과 분리되어 잇는 인터넷 세상에서는 어지간히 적극적인 시도를 하지 않는 이상 타인과 친구가 되진 않는다. 이점이 네트워크의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하다.

 과거의 세이클럽은 채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새로운 사람과의 무작위적인 만남을 가능케 함으로써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는 익명성이라는 그늘아래 사회의 어두운 면을 부각시키며 사라져갔다. 이후 시장을 주름잡았던 아이러브스쿨이나 지금의 싸이월드는 실명을 바탕으로 자신의 지인들과 더욱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는데 초점이 맞춰져있다. 이는 오프라인의 관계를 온라인으로 끌어와 관리할 수 있게 만들었다는 장점이 있으나, 예기치 않은 새로운 발견 혹은 만남, 즉 Serendipity의 가능성을 현저히 줄여버렸다.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 속엔 새로운 사람과의 우연한 만남에 대한 갈망이 존재한다.

 네트워크에서는 자신과 생각이 다른 집단의 의견은 배제하고 같은 집단끼리 어울리기 때문에 사고방식이 편향적이기 쉽다는 지적이 예전부터 있어왔다. 이러한 행태는 '집단분극화'라는 또 다른 현상으로 해석된다. SNS에서 개인화가 진행됨으로써 집단분극화가 퍼질 경우, 정보는 특정 집단내에서 매우 편향된 상태로 유통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편향된 정보는 결과적으로 인터넷 공간에서 뿐만아니라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치게 될 우려도 있다.

 척도없는 네트워크와 작은 세상의 관련성을 밝힌 던컨 워츠는 저서 [작은세상]에서 사회적 의사결정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보디 피어싱을 한 십대 소녀는 물론 자신이 원해서 했다고 주장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자주적 결정의 시간적, 지리적, 사회적 클러스터링은 너무나 빈번히 발생한다. 유행은 전염병처럼 전이되어, 마을이나 사회집단의 틀을 넘은 우발적 의사결정의 파장이 퍼져간다. 개인은 자신의 선택이 하나의 거대한 틀 속에 포함된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
 
 아무리 주위와 무관한 주체적인 발상이라고 주장해도, 네트워크 공간에서는 상호관계를 피할 수 없다. 검색엔진에 의한 편향된 결과에서 볼 수 있듯, 주체성 있는 사고가 배양되기 힘든 환경이라 할 수 있다. 정보의 상호작용을 늘 의식하지 않으면 거대한 아키텍처 속에서 얼마나 다양한 영향을 받고 있는지에 대한 자각이 없어지게 된다.

 척도 없는 네트워크에 의해 일극 집중이 가속화되는 현 시점에서는 앞으로 얼마나 다양성과 이질성을 유지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이는 SNS에서도 마찬가지로, '동류지향'을 추구하는 '관리형 SNS'에서 새로운 만남을 가능케하는 '개방형 SNS'로 발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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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지극히 평범한, 아니 오히려 조금은 뒤떨어지는(?) 18-24 세대의 경험에 바탕을 두고 있음을 밝혀두는 바이다.

 어렸을 적,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중, 고등학교 때 나는 온라인 매체와는 전혀 친숙하지 않은 인간이었다. 중학교때 까지 사용했던 아버지의 16비트 현대 컴퓨터, 70년대 후반 부터 집 한구석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것이었으니, 당대 한국 기술력의 첨단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검은색 바탕에 초록빛의 깜빡이는 커서... 내가 중학생이 될 때까지 컴퓨터라는 놈으로 했던 것은 지금까지도 너무나 친숙한 '너구리'... 당시에는 이름도 너구리가 아니었던 것 같다. 여하튼, 수년 동안 한 게임만 했음에도 불구하고 한번도 끝판을 깨지 못했다는 사실이 지금도 수치스럽기까지 하다. (사실 난 스타크래프트도 그리 잘 하지 못한다. 치트키 없으면 재미가 없더라... ㅡㅡ;;)

 중학교 2학년때 '나진 컴퓨터'를 구입했다. 디지털 디바이스에 굉장히 조예가 깊었던(당시 친구들 사이에선 '컴퓨터 박사'라 불리웠던) 친구가 몇날 며칠을 고생하다 골라준 컴퓨터라 처음부터 기대가 너무 컸다. 당시 한창 유행했던 대우, 삼보, 삼성 컴퓨터가 아니라 영남 지방의 향토 기업인 나진 컴퓨터를 구입한 이유도 단 한가지, 서비스로 끼워 주는게 많아서 였다. 여하튼 그 놈의 컴퓨터는 정말 뽕을 뽑을만큼 뽑았다. 컬러 화면이 너무 신기했던 나는 당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적색경보'에서부터 시작해 오만 잡스러운 게임을 몽땅 구입하기 시작했고, 시장 통 구석에 비밀스러운 '씨디 깡' 집에 가서 그 당시에 출시된 거의 모든 게임을 가짜 씨디에 구워서 모으기 시작했다. 지금도 고향에 가면 그 시절 모은 가짜 씨디가 수북히 쌓여있다. 압축 방식이 'Ghost' 였던가??

 3학년이 되어서야 컴퓨터 통신이란걸 접하게 되었다. 당시 여러가지 서비스 들이 있었는데, 내가 이용했던건 '천리안' 근데 그 마저도 동네가 후져서 속도가 엄청나게 느렸었다. 심지어 채팅 창에 열심히 타자를 치고 있는데, 상대방이 말이 없다면서 나가버리는 경우가 허다했다. 열 받아서 컴퓨터 채팅이란건 제쳐두고 한창 유행이던 'MAX'로 허기를 달랬다. 내가 기존에 구축하고 있던 인맥이 아닌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시작했던 시기도 바로 그때부터 였던것 같다. 비록 'MAX'라는 놈과 함께이긴 했지만...

 고등학생이 되지 드디어 광케이블이란 놈이 들어왔다. 당시 효용성을 이해하지 못하시던 부모님을 친구들 다 동원해서 힘겹게 설득하고, 라우터 대여비 무료와 3개월 무료 이용권과 함께 '두루넷'을 집으로 모셨다. 그 마저도 쉽지 않았던게, 우리 동네는 원래 광케이블이 들어오지 못하는 동네였단다. 지금에야 전국 산골 구석에도 광케이블이 들어가지만 당시엔 판자촌이 즐비했던, 그래서 인구밀도가 높았던 우리 동네엔 인터넷 이용 인구가 얼마 되지도 않았다. 광케이블이 설치되면서 내 삶은 크게 달라지게 되었다. 당시 한창 유행했던 '세이클럽'과 '다모임'도 나의 디지털 라이프의 변혁에 큰 역할을 했다. 아직까지도 대구 지방에 내려가면 많은 이들이 '세이클럽' 타키를 이용한다. 나는 세이클럽을 통해 새로운 사람들과 소통했다. 익명성을 기반으로 생면부지 모르는 사람과 같은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 하는 것에 큰 희열을 느꼈다. 게다가 나를 모르니 욕을 하든 음담패설을 하든 알게 뭐야... 하지만 다모임은 달랐다. 졸업 후 한번도 보지 못했던 국민학교 동창들의 사소한 실수, 예를들어 누구랑 사겼다가 깨졌다더라에서부터 시작해서, 그 친구 중학교 가니까 입이 험해졌더라.. 아무개랑 채팅하면 욕을 손가락에 달고 살더라.. 에 이르기 까지 학연으로 이어진 끈끈한 네트워크에서 한번 삐긋하면 돌이킬 수 없는 이미지가 되어 버리곤 했다. 나는 그게 두려워 다모임을 활발하게 이용하지 않았다.

 수능이 가까워지자 망할놈의 '포트리스' 가 등장했다. 당시 대구에서도 뒤떨어지는 우리 학교는 '물량전만이 살길이다' 라는 모토하에 매일 밤 12시까지 학교에 잡아두고 그게 모자라 학원을 보내 놓고선 새벽 6시까지 등교 원칙이 철저했다. 주말은 물론 없었고, 하루에 부모님 얼굴 볼 시간조차 없었다. 하지만... 그러한 처절한 상황에서 원래 고개가 빳빳히 쳐 들리는 법, 학교 뒷문에 나 있는 개구멍을 통해 당구장, PC방, 노래방을 닳도록 드나들었다. 특히나 한창 열풍을 몰고온 '포트리스'의 인기는 대단해서 학교에서 랭킹이 성적순이 아니라 무슨별, 무슨 메달 인가로 매겨질 정도였다. 나도 정말 열심히 해서 '은달'까지 올라갔으나, 그건 순전히 '물량전'의 결과였지 절대로 내 실력이 향상된 것은 아니었다. 여하튼 나에겐 '포트리스' 게임 자체보다 더 재미있던게 있었으니, 바로 게임을 하면서 상대방과 나누는 대화였다. '세이클럽'이 영문을 모르게 갑자기 죽어 버렸고, 재미있는 대화방은 전부다 '비공개'로 걸어 버리는 시점에서 같은 관심사와 대의명분을 가지고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게임상의 채팅 공간은 새로운 놀이터였다. 특히나 같은 '클랜'으로 엮인 일련의 집단은 온, 오프에서 차별적인 모임을 갖는 등 상당히 독특하고 끈끈한 문화를 만들어 갔다. 난 당시 친했던 형, 누나 중 실명을 아는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백마탄 환자'형 '칼이쓰마'형, '샤라방공주'누나 '칠공주넷째'누나 등 친하게 지냈던 사람들의 닉만 남았다.

 대학에 처음 입학하고 나선 '사람이 그리웠다.' 지방에서 올라온 데다가, 그나마 같이 올라온 동향 사람들은 다들 자기들의 필드에서 눈부시게 활약을 하고 난 정말 아무도 모르는 미지의 세계에 혼자 내 던져진 것 같았다. 며칠을 방에서 채팅만 하다가 정말 '오타쿠'가 되 버릴까 심각한 고민 끝에 무작정 밖으로 뛰쳐나갔다. 동아리, 동호회, 모임, 세미나, 포럼을 닥치는 데로 참석하며 사람을 갈구했다. 하지만 의미없는 다수의 모임인 대형 집단은 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영양가가 없었다. 차라리 같은 수업을 듣는 사람과 함께 프로젝트를 하며 친해지는 게 훨씬 생산적이었다. 그러다 한창 재미를 느꼈던 것이 온라인 클럽, 다음 까페나 싸이 클럽에서 내 관심사를 검색하며 밤 새도록 친구를 찾아 웹의 바다를 헤맸다. 그러다 간혹 마음이 맞는 친구가 생기면 바로 MSN 메신저로 등록, 하지만 그 마저도 한번 시들해진 관계는 회복하기 힘들었다. '채팅' 과 같이 익명성에 기반한 네트워크가 아니라. '메신저'처럼 기존 관계의 유지를 위한 통신기기가 아니라, '클럽'과 '까페'처럼 의미없는 다수와의 관계가 아닌 내가 원하는, 내가 필요로 하는, 나와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과 만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작금의 대학생들은 어디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가?

 '사람들이 이상계(웹)로 들어가는 이유는 누군가과 이어지기 위함'이라고 한다. 이어짐에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같은 친구를 평생 만나듯이 '통신'의 역할을 하는 매개체가 된다면 조금은 더 생명력이 길 수도 있겠다. 삐삐, 핸드폰, 메신저가 그러한 것들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통신 기기는 괄목할만한 기술적 진보다 뒷받침 되지 않고서야 그 헤게모니를 가져가기 힘들다. 다음 세상의 통신 수단은 무엇이 될까? 유비쿼터스? 유, 무선 통합 플랫폼? 나는 엔지니어임에도 불구하고 기술개발에 대해서는 그닥 친숙하지 않다.
 
 그렇다면 '관리'의 개념이 아닌 새로운 '만남'의 헤게모니를 가져갈 수 있는 차세대 서비스가 무엇일까? 그러한 고민과 기대를 가지고 오늘도 피플투 가족들은 열띈 토론을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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