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미디어 그룹들의 자사 컨텐츠의 인터넷 유통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부딪히고 있는 첫번째 고민은 애플이나 유튜브, 주스트와 같은 인터넷에 뿌리가 깊은 기존 유통채널들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하는 문제다. 디즈니나 CBS처럼 이들을 활용할 경우 메이트는 매우 크다. 그러나 그 한편으로는 이들 서비스가 영상 컨텐츠 유통채널로 확고하게 자리잡을 경우, 영상 컨텐츠 유통과정에서 미디어 기업들의 입지가 크게 약화될 우려가 있다.
각 미디어 기업들은 먼저 애플의 아이튠스를 영상 컨텐츠 판매채널로 받아들인데 이어 2006년 중반부터는 유튜브에 대해서도 다소 완화된 태도를 보이기 시작한다. 가장 먼저 태도 변화를 보인 것은 NBC Universal이었다. 2006년 6월, NBC가 유튜브와 협력관계를 맺을 방침임을 밝힌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유튜브에 NBC 채널을 설치하고 일부 프로그램의 선전용 클립을 유튜브에 업로드한다는 내용이었다. 불법 컨텐츠의 유통문제로 유튜브에 대해 가장 강경한 입장을 보이던 회사 중 하나인 NBC로서는 180도의 방향 전환인 셈이었다.
10월에는 유니버셜뮤직그룹(UMG)과 소니 BMG, 그리고 CBS가 유튜브와의 제휴를 발표했따. 이 제휴로 이들 기업이 소유한 음악이나 비디오 컨텐츠를 유튜브에 게재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단 저작권이 보호되는 형태로의 업로드만 가능하며, 위법 컨텐츠가 게재된 경우 이들 기업이 직접 문제의 컨텐츠를 삭제할 수 있도록 했다. 유튜브와의 제휴를 통해 이들이 노리는 것은 자사 컨텐츠에 대한 광고효과, 컨텐츠 판매(VOD) 및 웹에서의 컨텐츠 시청에 따른 광고수익이다.
그러나 화해 무드가 조성되는 듯했던 유튜브와 대형 미디어 그룹들의 관계는 이후 다시 급랭하는데, 여기에는 구글의 유튜브 인수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구글은 유튜브 인수로 폭스인터랙티브미디어(Fox interactive Media)와의 계약을 야후나 MS에 빼앗겨 버릴지도 모를 위험에 처했다. 이 일 이후 구글과 뉴스코프는 협상을 계속하고 있지만 여전히 계약 체결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2007년 3월에는 MTV와 파라마운트 스튜디오 등을 소유하고 있는 비아콤(VIacom)이 10억달러의 손해배상 지불을 요구하며 유튜브를 제소했다.
이처럼 상황이 다시 급변한 이유는 2006년 12월 미국 비즈니스위크지에 게재된 한 기사를 통해 추측해 볼 수 있다. 이 기사에서는 유튜브를 매수한 구글이 대형 미디어 기업들에게 라이센스료로 1억달러 이상의 금액을 제시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구글은 그 대신 미디어 기업들의 3년간 유튜브를 저작권 침해로 제소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달았다.
구글의 이러한 행동이 안그래도 구글의 유튜브 인수로 공포감을 느끼고 있던 미디어 기업들을 자극했던 것으로 보인다. 현재 유튜브에는 5분 미만의 동영상만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TV나 영화 전편을 유튜브를 통해 시청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조만간 유튜브가 TV 프로그램과 영화 전편을 시청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는 것은 누구라도 예측할 수 있는 사실이다. 이렇게 되었을 때 미디어 기업들이 첫번째로 우려하는 것은 물론 자사 영상 컨텐츠의 불법적인 유통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이보다 더 미디어 기업들을 불안하게 하는 것은 영상 컨텐츠 유통채널로서 유튜브의 영향력이 너무나도 막강하다는 사실이다. 유튜브가 영상 컨텐츠 분배 인프라로서 부동의 지위를 확보하게 되면 유튜브에 영상컨텐츠를 제공하기 위한 조건과 고나련한 협상 등에서 미디어 기업들의 입지는 약해질 수 밖에 없다. 이러한 현상은 디지털 음악컨텐츠 유통시장에서는 이미 현실화되고 있는데, 애플 아이튠스에 컨텐츠를 제공하는 음반사들은 가격 정책이나 수익배분 측면에서 거의 일방적으로 애플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 국내에서도 SK텔레콤의 멜론이 음악 분배 플랫폼의 입지를 강화하면서 멜론의 가격정책이나 수익분배에 대한 음반사들의 불만이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대부분 그대로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유튜브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간신히 억누르면서 그 막대한 유저 기반을 긍정적으로 화용해보려던 미디어 기업들은 구글의 제안에 밀려드는 불안감을 주체할 수 없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구글의 제안을 받아들여 1억달러 이상을 손에 넣는다고 해도 그 대신 3년 동안이나 유튜브가 모든 영상 컨텐츠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 유튜브의 동영상 분배 인프라로서의 지위는 확고 부동한 것이 되어버릴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