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유럽이나 미국, 일본에 비해 비교적 늦은 시기인 1996년이 되어서야 디지털 방식인 2세대 이동통신으로 전환하게 된다. 그 이유는 당시 기술 개발단계에 있었던 CDMA 방식을 도입하기 위해서였다.

 1996년 이전까지 한국은 이동전화 기술력의 부재로 네트워크 구축에서 휴대폰 단말 제조에 이르기까지 이동통신서비스의 거의 모든 부분을 미국 기업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한국 기업의 디지털 방식 이동통신 기술력 확보를 위한 모험을 감행하게 된다. 당시 소규모 벤처기업에 불과했던 퀄컴의 CDMA라는 기술을 국가차원의 2세대 방식으로 도입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퀄컴과의 공동개발 계약하에 1989년부터 1996년까지 국가 연구개발 사업으로 추진된 CDMA 기술개발 사업이 성공하면서 한국은 이동전화 기술 불모지에서 세계적인 이동통신 기술력을 가진 중심국가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

 3세대 이동통신은 IMT-2000라 불리는 기술방식에서 비롯되었다. 한국에서도 IMT-2000은 '꿈의 이동통신'으로 불리며 통신사업자들을 유혹했다. 당시 IMT-2000 기술방시긍로 5가지가 선정되었지만 실상은 2가지 방식이 각축을 벌이고 있었다. 유럽과 일본이 주축이 되어 추진하고 있던 W-CDMA 방식과 퀄컴이 추진하고 있던 CDMA2000 이 그것이다. W-CDMA와 CDMA2000은 각각 비동기식과 동기식으로 불렸는데, 정부는 비동기식 사업자 2사와 동기식 사업자 1사를 선정한다는 방침하에 3G주파수 할당을 추진했다.

 2G에서 CDMA 방식으로 도입하고 있던 국내 이동통신사업자 입장에서 CDMA2000을 도입하면 3G 네트워크 구축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며 2G와 3G 단말 간 호환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었으나 당시에는 모든 사업자들이 비동기식 사업권을 부여받기 원했다. 그 이유는 2G방식의 80%를 점하고 있는 GMS 사업자들이 모두 W-CDMA 방식으로 3G 전환을 추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 사업자가 예정대로 W-CDMA로 전환한다면 W-CDMA는 사실상의 세계 표준이 되어 당초 IMT-2000이 목표로 했던 글로벌 로밍서비스, 단말 및 시스템 양산 효과로 인한 가격인하 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었다.

 2000년에 실시된 사업자 선정결과, 비동기식 사업자로 선정된 SK텔레콤과 KTF는 축제 분위기에 들떠있던 반면, 동기식 사업자로 선정된 LG 텔레콤의 분위기는 마치 초상집 같았다.

 국내에서 3G 전환 로드맵에 혼선이 일어난 것은 이미 2000년부터 각 이동통신사업자들이 개시하고 있던 CDMA2000 1x(원엑스) 서비스가 ITU에 의해 3G 방식의 하나로 정의되면서 부터다. 2G 방식으로 CDMA를 사용하고 있던 국내 사업자들은 기지국의 소프트웨어만 업그레이드하면 CDMA2000 1x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었다. 때문에 모든 사업자가 손쉽게 CDMA2000 1x 서비스를 개시할 수 있었던 것이다. CDMA2000 1x가 3G 방식으로 정의됨으로써 국내 사업자들은 세계에서 가장 앞선 2000년 부터 3G이행을 완료한 셈이 되었다.

 2000년부터 CDMA 1x 서비스를 개시하고 있던 국내 이동통신사업자들은 2002년부터는 EV-DO 서비스를 개시한다. SK텔레콤과 KTF는 각각 준과 핌이라는 브랜드로 EV-DO 서비스를 개시하는데, 사실 준과 핌은 당초 W-CDMA 서비스에 사용하려 했던 브랜드였다. W-CDMA보다 앞선 수준의 멀티미디어 서비스가 가능한 EV-DO서비스를 개시한 이들 사업자에게 있어 W-CDMA망을 구축하는 일은 무의미해 보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난처한 입장에 처하게 된 것은 LG텔레콤이었다. LG텔레콤 입장에서는 EV-DO를 3G전용으로 할당받은 2GHz 주파수에서 상용화해야 되는데, 이 경우 음성전화 서비스가 불가능하다는 문제가 있었다. 음성전화 서비스를 위해서는 2GHz대에 1x 시스템을 함께 구축해야 하는데, 경쟁사들이 기존 주파수대에서 구축한 시스템을 3G용으로 할당받은 2GHz대에 구축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어 보였다. 이때 LG텔레콤이 주목한 것이 EV-DV라는 기술이었다. LG텔레콤은 2GHz대에서 EV-DV를 상용화한다는 계획하에 기존 주파수대에서의 EV-DO이행은 실시하지 않았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퀄컴이 EV-DV칩을 생산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결국 LG텔레콤이 EV-DO의 차기버전인 리비전A를 상용화 한것은 2007년 9월말이 되어서였다. 그동안 LG텔레콤은 EV-DO로의 네트워크 이행을 완료한 경쟁사들과 멀티미디어 서비스 측면에서는 불리한 입장에서 경쟁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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